Topic.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와 요한복음 1장 1절의 "태초"는 같은 뜻일까?
창 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요 1:1,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뜻이 아니다.
창 1:1의 '태초'는 '처음' 또는 '시작'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출발점으로서 우주 만물이 존재하게 된 시작을 가리킨다. 또한 인류의 시작이 존재하게 된 시점으로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역사의 시초를 의미하는 '태초'를 말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태초는 영원한 시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천지 창조를 시작하신 그 시점을 뜻하는 것이며, 이는 곧 우주 만물과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그것의 끝이 되는 종말론적인 마지막이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반면에 요 1:1의 '태초'는 '처음 또는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본문에서는 '영원부터'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만물이 창조되기 이전의 영원성을 가리킨다. 그래서 요한복음 1장에서의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에서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으며(요1:14), 이 진리의 말씀은 태초에 하나님의 창조 사역 때에도 계셨고 태초 전에도 이미 계셨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원히 계실 분임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창조 이전부터 영원히 계셨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선재성(先在性)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창1:1의 '태초'가 이제 막 인류의 시간과 역사가 출발하는 창조의 시작점을 가리킨다면, 요1:1의 '태초'는 하나님의 창조사역에도 함께하셨고, 천지창조 그 이전에도 이미 계셨던 영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선재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창세기와 요한복음의 '태초'는 의미상으로는 서로 비슷한 뜻을 지녔다는 연관성은 있지만, 각각의 본문에서 의도하고자 하는 강조점은 서로가 전혀 다른 시점을 가리킨다.